
고양이 40%가 병원에 한 번도 안 간다
그 이유는 고양이때문이 아니라 공포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조사에 따르면 개의 82%가 연 1회 이상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반면, 고양이는 40%에 불과하다. 많은 보호자가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 자체를 포기한다. 이동장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고양이와 씨름하다 할퀴고, 차에 타면 괴성을 질러대고, 진료실에서는 몸이 굳어버리는 고양이를 보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결과 수많은 고양이가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질환을 발견하지 못한 채 넘어간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약물이 Bonqat(봉캣)이다. 성분명은 프레가발린경구액으로, 핀란드 제약사 오리온이 개발하고 조에티스가 미국에서 유통을 맡는다. FDA승인은 2023년 11월 17일, 미국 내 상업 출시는 2024년 4월 15일이다. 동물에게 FDA가 공식 승인한 최초의 프레가발린 함유 약물이다.
프레가발린은 어떻게 고양이의 공포를 줄이는가
프레가발린은 사람에게는 항경련제이자 신경통 치료제(Lyrica)로 쓰이는 약물이다. 뇌의 전압 의존성 칼슘 채널을 차단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과도한 방출을 억제하고, GABA(감마-아미노뷰티르산)계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통증을 줄이고 과민한 신경을 진정시키는 기전이 고양이의 급성 공포 반응을 완화하는 데도 유효하게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Bonqat이 진정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양이를 잠재우거나 마취 상태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활성화된 공포 회로를 안정화시킨다. 임상 연구에서 108마리 중 3마리만이 진정 증상을 보였고 별도의 치료 없이 회복했다. 보호자가 가장 걱정하는 '너무 축 처지는 것'이 아닌, 고양이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차분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임상 데이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가
Bonqat 임상 연구는 이동 및 진료 시 불안·공포의 병력이 있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Bonqat을 투여받은 그룹의 절반 이상이 이동과 진료 양쪽에서 '양호 혹은 우수' 반응을 보인 반면, 위약 그룹은 약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또한 Bonqat 투여군의 77%가 두 번의 진료에 걸쳐 공포 및 불안 개선을 보였고, 위약군은 46%였다.
복용 방법은 이동 또는 진료 시작 약 1.5시간 전에 경구 투여하며, 연속 이틀까지 사용 가능하다. 용량은 체중 kg당 5mg(0.1mL/kg) 이며 소량의 음식과 함께 줄 수 있다. 단, 냉장 보관이 필요하고 개봉 후 6개월 이내 사용해야 한다.
수의사 처방이 필요하고,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Bonqat 은 DEA(마약단속국) 스케줄 V 약물로 분류된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사람이 섭취할 경우 어지러움, 졸음, 시야 흐림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취급 시 피부, 눈, 점막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수의사 처방 없이는 구할 수 없다.
심장 질환, 고혈압, 신장 질환이 있는 고양이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며, 7개월 미만 고양이, 임신·수유 중인 고양이에게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고양이가 병원을 무서워한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공포 때문에 진료를 미루고, 질환을 늦게 발견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결과가 반복되는 것은 전혀 당연하지 않다. Bonqat은 그 당연함에 균열을 내는 작은 시작이다. 약 하나가 고양이 진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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