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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 (고양이의 병증)

고양이에게 가장 흔한 질병 신부전

by 고덕이 2026. 3. 9.

고양이가 물을 많이 마신다면, 이미 신장의 75%가 망가진 것일 수 있다

고양이 신장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이 질환이 '발견되는 시점'과 '실제 시작된 시점'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신장은 기능이 25% 미만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혈액검사 수치에 이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즉, 보호자가 "물을 많이 먹는 것 같다", "소변을 자주 본다"는 변화를 알아챘을 때는 이미 상당한 손상이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 만성신장병(CKD, Chronic Kidney Disease)은 7세 이상 고양이에서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질환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15세 이상 고양이의 절반 이상이 어느 정도의 신기능 저하를 겪고 있다고 보고할 정도다. 그만큼 흔하지만, 그만큼 무심코 지나치기도 쉬운 병이다.

 

왜 신장이 망가지는가

만성신장병의 원인은 단일하지 않다. 노화에 따른 신장 세포의 자연적인 소실, 반복적인 감염, 고혈압, 당뇨, 요로 폐색, 독소 노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고양이는 건식사료 위주의 식이를 하는 경우 만성적인 수분 부족 상태에 놓이기 쉬운데, 이것이 신장에 장기적인 부담을 준다는 견해도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아직 논쟁 중이지만, 수분 섭취량이 신장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은 수의학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증상과 진단

다음 증상이 보인다면 신장 기능 검사를 즉시 받아야 한다.

물 섭취량과 소변량이 눈에 띄게 늘었을 때, 체중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을 때, 식욕이 떨어지거나 구토를 반복할 때, 털이 푸석해지고 활동량이 줄었을 때가 대표적인 신호다.

혈액검사에서는 BUN(혈중 요소질소)과 크레아티닌 수치를 보는 것이 기본이다. 최근에는 SDMA(대칭성 디메틸아르기닌)라는 바이오마커가 주목받고 있는데, SDMA는 신기능이 약 40% 저하된 시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기존 수치보다 훨씬 이른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이 검사가 가능한 동물병원이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IRIS(국제 신장학회)는 고양이 CKD를 크레아티닌 수치와 단백뇨 정도에 따라 1~4 단계로 분류하며, 단계별로 치료 지침이 다르다. 진단 후에는 단순히 "신장이 안 좋네요"가 아니라 현재 어느 단계인지 확인하는 것이 치료 방향 설정에 매우 중요하다.

 

치료와 식이 관리

손상된 신장 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 치료의 목표는 잔존 신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고, 요독증 증상을 완화하며,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식이요법은 치료의 핵심 축이다. 인(phosphorus) 제한이 특히 중요한데, 인이 신장에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면 신장 섬유화를 가속화한다. 신장 처방식이 권장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분 섭취 증가를 위해 습식사료로의 전환, 흐르는 물 급수기 도입도 병행하면 좋다. 고혈압이 동반된 경우 암로디핀 같은 강압제가 처방되며, 빈혈이 진행되면 조혈 호르몬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신장병은 진단 후에도 얼마나 꼼꼼하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생존 기간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달라진다. 숫자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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